허은실

시인이자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작가다. 강원도 홍천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대학 3학년 무렵, 선물 받은 최승자의 시집 『내 무덤, 푸르고』를 읽고 시에 눈뜨게 되었다. 백석, 김수영, 파블로 네루다, 최승자를 시적 스승으로 생각한다. 청각, 후각, 미각이 예민하고,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동음이의어 개그를 자주 구사한다. 청각은 예민하지만 귀가 나빠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에세이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과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를 펴냈다. 방송 원고가 바깥을 향한 소통이라면, 시를 쓸 때 좀 더 비일상적인 사람이 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시를 쓰고 있다. 쭈그리고 앉아, 자꾸만 여위어가며, 누군가의 몸에 세 들어서, 한밤중에 무릎 위에 턱을 올려놓고 발톱을 깎으며,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으며, 꽃잎을 손톱으로 꾹꾹 누르거나, 볼을 타고 내려오는 뜨듯한 것을 핥으며, 살에 와 녹는 눈송이에 기대, 그림자에 끌려서, 장어탕을 먹고 유리벽에 이마를 찧으며 지금도 시를 쓰고 있다.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2017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위즈덤하우스, 2019
<내일 쓰는 일기> 미디어창비, 2020
<회복기>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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