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5월 ) 정선희 - 새를 바라보는 서쪽의 시간
한 몸짓이 생의 단면에 부딪히고 있다 유리벽에 무성한 나무 그림자와 쏟아지는 햇빛 사이로 날마다 찾아오는 새의 콩트르주르 작은 나뭇가지에 앉아 유리벽을 쪼며 창에 엉기는 햇살 서랍에 비밀을 기록하고 있다 캄차카와 아무르를 지나 새는 유리의 강을 건넌다 새가, 나를 닮은 새가 바람과 일렁이며 구름 따라 간다 투명하고 단단한 경계 새는 끝내 유리창을 이해하지 못하고 떠날 것이다 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향하는 새들의 이동 경로를 이해할 순 없지만 해가 천천히 서쪽을 향해 돌아설 때 새의 행로가 경계를 넘어 죽음을 벗어난 세계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상상인,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