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 : 시시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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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손택수
나비가 꽃에게로 착지할 때 휘청, 이는 꽃대와 꽃대의 과민이 무안하지 않게 짱짱한 봄햇볕처럼 빳빳해지는 고양이의 수염, 뒤에서 뒷짐 지고 넌지시 목을 빼고 있는 나를 의식하였던가 꽃이 나비를 흔들고 팔랑, 나비가 고양이를 뛰어오르게 하고, 채송화 톱니 같은 발톱을 마음먹고 착 내밀었다가 아차, 소득 없는 도약에 뭔가 계면쩍고 머쓱하여서는 고개를 틀며 살짝 웃은 것 같은 순간 어여뻐라 꽃과 나비와 고양이와 내가 한 숨결로 이어진 잠시, 꽃과 나비와 고양이와 내게 몰입 중인 누군지 모를 네 숨결까지를 붙들고 웹진 '문장' 2023년 3월
- 蘭에게 배우다 꽃이 묻더군 먼 길 돌아 나, 난 앞에 섰을 때 마음 줄 데 없어 난과 비밀 결사를 맺어보고자 했을 때 날 보는 건 좋은데 그러노라 뭘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보는 것이 외면이라면 그건 몹시 슬픈 일 나는 부끄러워졌지 본다는 건 다 외면이야 모두 보고 싶은 걸 보고 있을 뿐 세상엔 그래도 단 하나만을 위한 외면이 있지 않겠니 내 눈빛으로부터 그날의 기분을 알아맞히던 옛 연인처럼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니 항변을 하였지만 묻더군 꽃이 네가 머문 풍경들을 돌아봤니 등을 돌리지 않곤 그 무엇도 지나올 수 없지 멀어지는 등 뒤에서 태어나는 미지 비밀을 여전히 간직한 채 잊혀진 것들, 넌 일생을 바쳐 그들을 추억해야 한다고 난 이미 오래전에 네앞에 피어 있었다고 월간 '태백'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