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 : 시시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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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이제니
지속적으로 흔적을남가는 움직임이 있다. 완고한 완만함으로 나아가는 흐름이 있다. 땅속 깊이 뿌리에서 뿌리로 이어진다. 마음을 불어넣어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멀리서 보면 회전하는 도형처럼 보입니다. 미묘한 울림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골라낸다.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하게 한다. 미래를 건너가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 들입니다. 민들레의 갓털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공기가 들어가 있어 폭신폭신합니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몸짓으로 표현하려는 간절함이 있다. 색약의 빛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직선과 수평선이 마주치는 곳에서 빛처럼 터져 나오는 긴장이 있다. 정지된 채로 확산되는 무한함이 있다. 도취되어 진행되는 조형적인 요소가 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부터 다..
만나러 가는 사람이 되어 걸어가고 있다. 좁은 골목 저 끝으로 사람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휘날리는 옷자락. 흩어지는 웃음소리. 밤의 수군거림으로 번지는 오래전 뒷모습. 풍경으로 스며든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이미 풍경을 지나친 뒤였다. 잊어버린 사람을 다시 잊어버린다는 것. 물러난 자리에서 다시 한 발 더 물러난다는 것. 만나러 오는 사람은 인상이 평범하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했다. 구름이 구름을 불러 모아 하늘을 뒤덮고 있는 사이. 수풀 뒤편의 샘물줄기가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는 사이. 나 자신을 연기하는 나 자신이 되어 만나러 가고 있다. 다가가는 것 만큼 멀어져가면서. 만나러 가는 사람이 만나러 오는 사람으로 변모하고 있다. 순간순간..
새들은 어서 와요 새들은 어서 와서 쉬어요 며칠은 길고 언덕은 늘어나고 이제는 없는 것을 따라가면 꽃은 시들어가는 것 들어가도 될까요 물들어도 될까요 막다른 곳으로 가듯 길을 나서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도착하게 되는 것 믿어도 된다고 묻어도 된다고 걸음을 되돌리며 건네는 말이 있어 두려움이란 말은 더는 쓰지 않는 말 새들은 어서 와요 빛은 이곳으로 들어와요 꿈에 들어와 조용히 눕는 것은 이제는 없는 옛날의 어머니 예쁘고 정답고 꿈 많은 어머니 숨바꼭질하듯 숨어버려서 이제는 찾을 수 없는 나무 그늘 아래 새들은 이리 와요 빛 한가운데로 와서 편히 누워요 누워서 쉬어요 쉬었다 날아올라요 연기처럼 세월처럼 어제처럼 회오리처럼 순간의 기적처럼 드러누운 자리에는 그림자의 기척이 있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