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 : 시시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모음
2 Posts
ㅇ :/이영주
우리는 손을 잡고 해변을 걸었다 ​그날 밤 꿈속에서 평등하게 죽음을 나눠 가졌지 ​엄마의 딱딱한 손 그 손을 잡고 말았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복잡한 꿈이었는데 순서 없이 뒤섞여버린 현실이었는데 ​내가 죽은 건지 엄마가 죽은 건지 ​먼저 떠난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백발이 덮어버린 이마를 쓸어 넘기다가 ​나는 어딘가 아파서 점점 어두운 표정을 갖게 되었지 엄마, 엄마는 어느 샌가 무너져 내리며 투명한 얼굴로 걸어가고 손을 앞으로, 앞으로만 내밀고 나는 그 손을 잡으려고 아주 오랫동안 수평선을 걸어왔지 ​우리는 나란히 걷다가 비 내리는 꿈속에서 서로를 마주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뒤돌아선 엄마의 유리알 같은 모래들이 파도에 휩쓸리는 ​마지막 기후 ​우리는 순서 없이 섞여버린 따뜻한 물이 스며드는 삶 안에서 서로..
각자의 말들로 서로를 물들일 수 있을까 ​나는 그의 어둠과 다른 색 ​오래 전 이동해 온 고통이 여기에 와서 쉬고 있다 ​어떤 불행도 가끔은 쉬었다 간다 ​옆에 앉는다 ​노인이 지팡이를 내려놓고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흰 이를 드러내며 나는 웃고 ​우리의 혼혈은 어떤 언어일지 생각한다​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문학과 지성사,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