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 : 시시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모음

어느 날 문득 그대가 내 家系를 물어오면
나는 내 마음의 좌측 심장을 관통해 흐르는
강물의 이름으로, 섬진족이라 말하리라
강가에 쌓아놓은 모래알들의 낟가리
그 따스한 모래 속에 발을 묻고
섬진강 물결 속에 손을 담그면
강바람은 내 얼굴을 모닥불처럼
피워 올리리, 따스하리
바라보는 풍경들이 내 시선에 익어
고용히 단풍 들어갈 때
은어떼 내 손금 속 강물을 따라
점점 가을로 올라오리니
그대가 나에게 가을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오면
그대를 데리고 하동 평사리 백사장으로 가리
처음부터 끝까지 맨발로 걸어
뜨겁게 단풍 드는 발바닥이
섬진족의 가을에 당도할 때까지



'아무르 기타'
문학사상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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