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 : 시시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모음

꽃은 작고
바람은 크게 흐르네

그런 어느 날
나는 너무나 약하게 태어났네
그래서 한 여자만을 사랑하기로 했네

한 여자에게 이르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그대라는 말을 보게 되었네

이건 수사가 아니라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기에도 힘이 든다네

이슬은 작고
먼지는 크게 흐르네

사람들이 뭐라 해도
그대로 인해
나는 삶을 중지할 수 없었네

나는 감사하네
단지 한 여자를 노래하기에도
삶이 모자란다네

바람이 작고
나비가 너무도 크게 움직이네

나는 너무도 약하게 태어났네
그래서 한 여자만을 위해
최선을 해야 했네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문학과지성사, 1995

'박정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맑고 추운 날  (0) 2023.07.02
하얀 돛배  (0) 2023.07.02
밀룽가에서*  (1) 2023.07.02
섬진족의 가을  (0) 2023.07.02
사곶 해안  (0)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