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 자전거의 해안선

썰물이 지면 모래밭 위로
자전거가 씽씽 굴러갈 수 있다

젖어 뭉쳐진 모래알들이
자전거 바퀴를 뿔끈 들어올려주는 것이다

물속에 잠겼다 드러나는 자전거같은
굳지 않고도 딴딴하다

일만번의 파도가 일만번의 다림질로
길 표면을 반듯하게 깔아놓은 것이다

굴러가는 바퀴 밑에서 도르르
풀어져나오는 해안선.

치마끈처럼
풀어져내리는 해안선

그 끝이 밀물에 들면,
길을 품고 뒤척이는 바다 위로 해가 뜬다

금빛 바퀴살이 쨍쨍 경적을 울리며
바다 위를 굴러간다

바다는 하루에 두 번씩 공사중이다
뚝딱뚝딱 물속에 잠겨 새로 길을 닦고 있다

싱싱한 해초 이파리를 물고 싱씽
떠오르는 자전거길



<목련 전차>
창작과 비평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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