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갑이 생긴 밤이었다
장갑 하나 꼈을 뿐인데 누가
손을 꼭 감싸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겨울은,
뒤꿈치가 헌 누이의 양말도 되었다가,
꼭지에 방울이 있는 모자에도 머물렀다가,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며
밀린 그림일기 숙제를 하던 밤
그 밤처럼 창밖은 눈꺼풀이 딱
붙어버린 것 같은 설원이다
애써 짠 장갑을 풀어 나는 무엇을 짤까
세타 없이 겨울을 난
어머니의 뜨개질을 따라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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