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동탄 4
십팔 년 된 트랙터에게 어이-하고 부른다
먼저 간 마나님 부르듯
그러면 트랙터도 말눈치를 알아들어서
투덜거리는 아픈 몸 끌고
일 나갈 준비를 한다
모내기 전 한참 로타리 작업중인 논에
드렁이 미꾸라지를 퍼올리는 트랙터를
황로들이 따라다니는 들녘처럼 정겨운 것도 없지
이 쇳덩이도 한때는 흙이 아니었겠는가
흙으로 돌아갈 저나 나나 다를 게 없지
귀농한고 혼자 산 지 여덟해 째라는 농부
그는 중고 아반떼의 심기를 늘 염려한다
부려먹을 상일꾼들의 몸과 맘 상하지 않도록
우리 반떼 우리 반떼 하며
엉덩이를 징하게 토닥거릴 때도 있다
선임자의 컴퓨터가 낯가림을 심하게 한다
정을 끊지 못하고 말썽을 부리는 기계보다
짧은 인수인계로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내가 더
기계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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