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 권정생의 집

손님이 오면 마주 볼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외면하고 나란히
창 쪽을 향한 채
도란거렸다

​이 집에서의 대화법은 그러니까 외면,
창문 너머 산과 들판을 서로의 눈동자처럼 바라보는 것

​기척이 드문 마을 끝 곳집 옆​
마주 앉으면 이마가 딱 닿을 듯 한 방

​우리는 해지는 너른 들판을 함께 보았다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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