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를 딴다
뽈 위로 새까맣게 몰려오는 게들, 갈대를 기어올라 갈대 허릴 낭창낭창 휘어뜨리면 갯벌에 허릴 숙이거나 웅크려 앉는 수고 없이 기립한 자세 그대로 또옥 똑 바구니를 채운다
게를 딴다는
감각을
처음 마주한다
갈대처럼 나도 술상 맞은편을 향해 솔깃하게 휘어졌을 것이다 어미 따라 온 꼬마들도 장하게 양식 장만을 하였다는 달밤처럼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염병헐 그거이 다
영산강 하구언이 생기기
전이었다는 말이제
비문이 된 문장이 나를 비문으로 만든다 갈대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달밤의 게들 향수병을 앓게 한다
내 고향도 아닌데 그립고 서러워져서, 오래 전 한 번쯤은 함평 사람이었던 것처럼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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